라엘은 좁고 긴 터널의 계단을 숨 쉴 틈도 없이 한순간에 빠져나온 느낌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버릴 만큼 거대한 힘이 그녀를 휘감았다.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알 수 없는 중력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중력이 붕괴된 듯한 감각. 아래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위로 끌어올려졌다.
공간이 알 수 없는 형체로 뒤엉키며, 보이지 않는 파동이 그녀를 덮쳤다.
너무 놀라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바람이 몰아쳤다.
눈앞이 하얘졌다가 검게 바뀌었다.
마치 광대한 우주의 심연 속으로 던져진 듯한 느낌.
그녀는 거대한 무(無) 속에 하염없이 홀로 떠 있었다.
별빛도, 땅도, 하늘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없음’이 아니었다.
형태를 갖추지 않은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라엘은 직감적으로 순간, 죽음을 떠올렸다.
그녀가 세상 속에서 배운 '죽음을 맞이한 영혼의 배회 같은 느낌'이었다.
발끝이 닿을 곳도, 손을 뻗을 대상도 없었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누가 얘기 좀 해 줘요. 제발..."
울음을 삼키며,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난 왜 떠다니는 거야…? 나… 진짜 죽은 거야?"
두려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하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공포와 고요함이 맞닿아 있는 어딘가, 깊은 곳에서 아득하게 퍼지는 평온함.
그럼에도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의 주변에 있음을 느꼈다.
"이런 느낌? 아…아 … 행복인가?"
그리고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손안에 쥐고 있는 빛바랜 종이.
푸른 황금빛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될 것 같은 내 것이란 느낌.
그때, 귓가에 익숙한 나지막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라엘."
그녀는 놀라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넌 결국 이곳까지 왔구나."
라엘은 순간 몸이 굳어졌다.
그 목소리는 깊고도 편안했다. 바람 속에 베어 있는 달콤한 향기를 닮은 목소리.
라엘: "너... 누구야?"
미라키: "넌 나를 부르지 않았니?"
라엘: "난... 부른 적 없어."
미라키: "아니, 너는 늘 나를 찾고 있었어.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로."
라엘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그의 존재가 바람 속에서 부유하며, 그녀의 모든 것을 감싸고 보호하고 있는 느낌만 전해졌다.
미라키: "나는 네 길을 함께하는 자다. 네가 선택한 문을 넘는 순간부터."
라엘은 손에 쥔 종이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라엘: "이 낡은 종이는 대체 뭐야? 왜 날 여기에 데려온 거지?"
미라키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낮지만 울림 있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라키: "그건 너의 원함이야. 어쩌면... 네가 잃어버린 것의 일부일 수도 있지. 그리고, 넌 네 자리로 돌아온 것뿐이야."
절벽의 끝, 선택의 순간
라엘은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태양의 강렬한 아름다움에 순간 아찔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절벽의 끝에 서 있음을 발견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곳은 운무로만 가득했다.
차가운 바람이 발끝을 스쳤고, 심장이 요동쳤다.
라엘은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미라키: "라엘,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지금뿐이야. 돌아갈래? 아님, 네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떠날래? 이젠 마지막이야. 선택해 줘... 난, 이 날을 위해 버텼어."
라엘: ‘뭐야? 도대체 어디로 더 가라는 거야?’
그녀는 마구 소리쳤다.
"난 죽기 싫어. 도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왜 날 이렇게 끌고 다니는 거야?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들만 쏟아내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 비겁하게 숨어서 얘기하지 말고."
온몸이 부들거렸다.
그러나 동시에, 알 수 없는 힘이 그녀를 낚아채 듯 으스러지게 안으며 함께 어디론가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
미라키: "이제 선택해라, 라엘. 나아갈지 말지."
라엘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계를 향해 몸을 맡겼다.
순간, 종이가 강렬한 빛을 발하며 뜨거워졌다.
그리고, 공간이 물결처럼 흐트러지며 부드럽게 흩어졌다.
라엘은 미라키의 품을 느끼며 천천히 새로운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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