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소설 : 미라키와 라엘의 사랑

🎇 완드 에이스 – 창조의 불꽃, 실행력의 시작 🎇

초영Tarot 2025. 3. 20. 23:11

라엘이 손에 쥔 컵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허공에서 빛을 내며 사라지는 순간,
미라키는 그녀를 불꽃이 타오르는 신전으로 이끌었다.

이곳은 태초의 불이 숨 쉬며
지속적으로 생명을 지펴내고 있는,
신들의 숨결이 깃든 공간이었다.

창조와 실행의 원천이 되는 이 불꽃의 근원 앞에서
라엘은 그저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바닥엔 고대의 문양이 새겨져
머나먼 역사의 울림을 전하고 있었고,
공기엔 뜨거운 진동이 감돌며
존재를 압도하는 위압감을 쉴 새 없이 내뿜고 있었다.

“이제는 감정을 넘어, 현실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야.”
미라키가 뜨거운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물은 방향을 열지만, 불은 그 길 위에 형상을 세우는 힘이야.
그 불이 너의 창조가 될 거야.

라엘은 불타는 성소 한가운데 서 있었다.
눈앞에서 불길이 춤추듯 일렁였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한 불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라엘을 향해 손짓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여전히 두려운가?”
미라키가 조용히 물었다.

라엘은 숨을 삼켰다.
“불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아.”

미라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불은 네 안에 잠든 힘을 현실로 이끄는 존재야.”



 

불길이 더욱 거세지며, 회오리치듯 솟구쳤다.
타오르는 열기 속에서 형체 하나가 서서히 떠올랐다.
처음엔 단지 빛과 열기의 덩어리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서 어깨를 펴고, 눈을 뜨는 남자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피부는 녹지 않는 금속처럼 빛났고,
온몸엔 불의 문양이 살아 움직이듯 새겨져 있었다.
눈동자는 숯처럼 깊고 뜨거웠다.

불빛이 라엘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 빛은 감정을 스치듯, 그녀의 뺨 위를 타고 흘렀고
라엘은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시선을 거두지는 못했다.

불의 중심에서,
프로메테우스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불꽃이 들려 있었고, 단순한 열기가 아닌 생명 창조의 빛을 발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조용히 라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프로메테우스.”
그의 목소리는 불꽃처럼 강렬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품고 있었다.
“나는 신들의 영역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왔다.
너는 이 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라엘은 숨을 삼키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가 불을 가져온 건 단순한 도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였고,
무력한 인간을 향한 깊은 연민과 사랑이었다.

그녀는 이 불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다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지금의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손바닥 위의 불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대가로 신들에게 끔찍한 벌을 받았지.
매일 독수리가 내 간을 찢어갔고,
그 고통은 밤마다 새살처럼 다시 돋아났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고문 속에서도 나는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어.

불을 다룬다는 건 단순한 힘이 아니야.
그건 책임이고,
스스로를 불 속에 던져 넣을 각오를 필요로 하는 일이야.”

라엘은 그의 말을 곱씹었다.
힘을 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힘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였다.

“네가 진정한 창조자가 되려면, 이 불을 받아들이는 순간의 고통도 함께 견뎌야 해.”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그 순간, 라엘의 손끝이 뜨거워졌다.
불길이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올라오며
살결을 지나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지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열기가 아니었다.
마치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존재 전체를 소각시키는,
한계와 두려움을 직면하게 만드는 통과의식 같았다.

미라키가 그녀의 곁에 다가와 손을 감싸 쥐었다.
“견뎌.”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애절함이 담겨 있었다.
“이 고통은 네가 온전히 너의 불을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시험이야.”

라엘은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며 내면에서 솟아 오르는 열의가 더 뜨겁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불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감정 없는 에너지 그 자체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뜻과 책임이 담긴 창조의 불씨였고,
삶의 어둠을 비추기 위해 자기 희생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녀는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이 불을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 순간, 불 속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날아올랐다.
타오르는 깃털을 휘날리며, 황금빛 불꽃을 품은 채 성전 가장 높은 곳으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눈부신 빛이 신전 가득 퍼졌고,
숨을 참았다가 쉬듯 웅장하고 거친 숨소리가
온 성전을 진동시키며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나는 페닉스.”
불새는 노래하듯 맑고 깊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불 속에서 나를 태우고,
내 안의 욕망과 환상을 모두 재로 만든 뒤
그 재 위에서 다시 태어난다.

너는 네 안의 뜨거운 불씨를
무엇으로 살릴 것인가?

그것이 탐욕이 된다면 너를 삼킬 것이고,
사랑이 된다면 세상을 다시 데우게 될 것이다.

진정한 창조는,
불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운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니까.”

라엘은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그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그 존재는 두렵기보다 경이로웠고,
그 불꽃은 파괴가 아닌
변화의 찬란한 형상이었다.

불은 모든 것을 태우기만 하는 힘이 아니었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조차 다시 살려내는,
강인하고도 따스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라엘은 자신 안에도
불씨 하나가 조용히 숨을 몰아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곧 타오르기 위한 준비를 마친 듯,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프로메테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네 차례야. 불꽃이 네 것이 되려면,
그 뜨거움의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해.”

“불을 두려워하지 마.”
미라키가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
“이제, 네 안의 불씨에 에너지를 부어야 할 시간이야.”

라엘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불길이 그녀의 손끝으로 다가왔고,
살갗을 핥는 듯 스며들더니,
곧 그녀의 숨통을 조이듯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가쁜 숨이 터졌고,
입술 사이로 눌러 담았던 신음은
울컥한 울음과 뒤섞여 흘러나왔다.

불은 단순히 얻을 수 있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을 생각할 만큼의 고통을 넘어서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힘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누구의 것도 아닌,
진짜 ‘자기 힘’이었다.

라엘은 손을 위로 올렸다.
그 불꽃에 온 집중을 실었다.
불길은 소용돌이치며
마침내 한 줄기 빛으로 바뀌었다.

불은 그녀를 집어삼키는 존재가 아닌.
그녀 안에 잠든 가능성을 깨우기 위한
신의 시험 같았다.


 

프로메테우스는 조용히 말했다.
“불은 너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너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신의 선물이다.”

미라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불을 다루는 건 기술이 아니야. 용기지.
그건 처음부터 네 안에 있었어.
지금 너는,
마침내 스스로 그걸 꺼낸 거야.

그리고 라엘,
넌 이제
본래의 너로 되돌아오고 있는 중이야.”

라엘은 손을 꼭 쥐었다.
그녀의 손 안에서 불길이 맥박처럼 뛰고 있었다.
그녀의 첫 번째 창조의 힘—라엘의 완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그녀는, 내면의 열망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진짜 힘을 갖기 위해
자신에게 계속 되묻고 있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알았고,
왜 이곳까지 와야 했는지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라키는 그녀의 눈빛을 읽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네가 할 일은,
이 '불꽃의 완드'를 세상에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스스로 깨닫는 거야.

라엘은 아직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불길을 응시했다.
이 불을 단지 자신의 힘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밝히는 빛으로 만들 것인가?

그녀의 손안의 불꽃이 응답하듯 세차게 흔들렸다.
라엘은 알았다.
이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야 할 시간이었다.

그 선택에 따라,
이 불꽃의 완드는 창조의 빛이 될 수도,
혹은 파괴의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라엘은 고요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 두려운 관문을 지나
다음 관문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이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도망치고 싶은 순간을 견뎌냈고,
세상의 빛이 되고 싶은 깊은 열망이
가슴 깊이 일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꽃에 감싸인 완드를
소중히 품에 안았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했다.
“나는 반드시, 이 불꽃의 답을 찾을 거야.”

그리고, 처음으로
미라키를 향해 미소지었다.